가끔 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아직 살아온날보다 살 날이 세배는 더 남은 학생에 불과하지만, 이슈가 되는 안락사나 자살사건 그리고 각종 살인사건 같은것을 접하게 되면 문득 떠오른다.
─죽음이란 뭘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의 나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말할 처지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없다.
모든 생물은 생존본능이란게 있어서 어떻게든 살려고 하지만 남을 위해 헌신하는것도 엄청난 용기가 아닐까 한다.
자기가 죽는다라는 공포보다 죽음이란 미지에 대한 공포.
그런 쓸데없는 사고를 되풀이 하며 땅을보며 걷던중 누구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난 그저 멀뚱히 서있기만하고 상대방의 사과를 듣고 있을뿐이었다.
부딫힌 상대를 자세히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학생이었다.
첫인상으로 확 다가온건 알수없는 여학생의 표정이었다.
웃는것도 화내는것도 아무것도 아닌 완전한 무표정.
그에 대해 나는 그저 희한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나저나 이 여학생도 모퉁이도 아닌 직선도로에서 부딫혔다는건 상대도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중이었나보다.
"이거 떨어트리셨어요."
그리고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주워서 내게 내밀었다.
"아아.. 응"
얼빠진 소리로 대답하며 핸드폰을 집자 여학생은 곧바로 사라졌다.
난 평소처럼 집에 도착해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을 무척좋아하는 편이라 부모님은 항상 중독이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집에 나 혼자고 내일은 주말이니 아무도 잔소리를 할 사람이 없었다.
집에는 게임소리와 시곗바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를 확인하니 밤 10시였다.
평소처럼 엄마가 없으니 저녁을 거르게 된 것이다.
배가 고파 게임에 집중이 안되서 대충 핸드폰과 지갑을 들고 먹을것을 사러 집 앞 편의점에 나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커피 등을 계산하고 문을 나오자, 편의점에서 조금 떨어진 가로등 밑에서 가만히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괜히 이런시간에 저런 시선을 느끼니 뭔가 소름이 쫙 돋았다.
알게 모르게 땀이 흐르고, 나는 황급히 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로등 밑에서 한 사람이 스쳐지나가는데 갑자기 목 뒷쪽 옷자락을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살짝 당기는게 아니고, 말 그대로 확 잡아당겨 넘어트렸다.
오른손에 봉지를 들고 왼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던나는 무방비하게 뒤로 털썩 자빠지면서 폐에 있던 공기가 한번에 빠지며 컥 하는 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냈다.
가로등의 역광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실루엣으로 봐서는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 같았다.
그리고 교복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
깨달은 순간엔 이미 그 여학생이 무언가를 내게 휘두르려 하고, 내 심박수는 빨라지면서 주변이 느리게 흘러갔다.
그리고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 내가 살아온 인생들이 한번에 스르륵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갖가지 의문과 후회등이 한순간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지,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뭔지, 이런 꼴을 당할줄 알았으면 짧은 인생이지만 충실히 지내볼걸
아무 하나 알수없었다 역광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 눈앞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그렇다고 대항할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그저 눈을 질끔 감는수밖에 없었다
무언가가 내 두개골을 뚫고 뇌를 기분나쁘게 뚫는 느낌을 받은 순간 내 의식은 날아갔다.
─난 죽은건가?
질끈 감은눈은 떠지지 않고 만감이 교차했다.
할 수 있는거라곤 생각 뿐이었는데, 죽은사람이 생각한다는건 여기가 바로 천국? 지옥?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후세계인가?
난 죽었으니까 감각이라고 부르는것도 좀 이상한가. 뇌를 무언가로 관통당했으니 즉사였겠지.
아픔은 느껴지지 않고 마치 꿈에서 깨는듯한 느낌,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듯한 느낌.
어떠한 말로도 이 느낌을 비유할 수가 없었다.
내가 서있는건지 누워있는건지도 알 수가 없게되었고 이 답답함 속에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내 눈을 살며시 올렸다.
마치 얼음이 녹듯 힘이 잔뜩들어간 눈이 떠지게 되었다.
눈을 뜬 순간 붉은 빛이 내리 쬐고 주변엔 통행인과 4차선으로는 자동차가 앞다퉈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 앞엔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학생이 내게 핸드폰을 건네주려고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저 넋이 나간채로 멍하니 서있었다.
"그것이 죽음."
그리고는 여학생이 정적을 깨듯 입을 열었다.
"으..응?"
여전히 얼빠진 소리를 내며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못하는 날 앞에두고 여학생은 계속 말했다.
"네가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는것 같아서 조금만 보여줬어."
"어..응."
머리로는 쫓아가지 못하는 나는 그냥 의미없는 대답만 하고있었다.
"죽음에 대해 걱정하는 것보다 내일 일을 걱정하는게 더 나아 그리고 산 자가 죽음에 대해 알지 않는게 좋아."
그런 말을 남기고는 내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고는 손을 놓았다.
핸드폰 액정엔 아까까지 있었던 캄캄한 가로등 밑이 비춰져 있었다.
"아 저기..."
그제서야 깨달은 나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이미 통행로엔 나 혼자만 홀로 서 있었다.
이 일은 쓸데없는 생각에 어울려준 친절한 누군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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